조 문
간밤에 꿈을 꾸었습니다 화창한 날 대기 곳곳에 햇살이 스며 대지를 환히 비치고 있습니다 길 한가운데를 보니 목련나무가 있습니다 봉오리가 채 맺히지 않은 목련꽃들은 수줍은 듯 말이 없습니다 순간 하늘에서 형용하기 힘든 빛이 목련나무로 내리쬐고 나무의 목련들이 순식간에 만발합니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먹구름이 하나 빠르게 다가옵니다 지나가는 듯 하더니 그는 어느덧 제 머리위로 와서 서 있습니다 바람이 쉬잉하고 붑니다 놀라 감았던 눈을 다시 뜨니 나무의 목련꽃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고개를 돌리니 땅에 흩어진 목련꽃들이 보입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둘 열셋 열넷 열다섯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스물 스물하나 스물 둘 스물셋 스물넷 스물다섯 스물여섯 스물일곱 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 서른하나 서른둘 그리고 몇 발자욱 뒤 마지막 한 송이가 있습니다 서른 셋 저는 떨어진 목련꽃들 사이로 지나 공원으로 향합니다 바로 전까지 축제분위기였던 공원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보였지만 그들 사이에는 이제 그림자로 변한 사람들이 보입니다 가까이 가니 그림자들 위로 순백색 꽃봉오리가 보이고 더욱 가까이 가니 봉오리가 꽃으로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둘 열셋 열넷 열다섯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스물 스물하나 스물둘 스물셋 스물넷 스물다섯 스물여섯 스물일곱 스물여덟 스물아홉 서른 서른하나 서른둘 그림자 사이 서른두송이의 목련이 화알짝 피어올라 나를 봅니다 나와 목련은 서로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습니다 스물여덟번째 목련이 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활짝 피어났다네 너무 순식간에 피어 올라버렸네 광선을 피할 수 없었지” 그는 계속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다시 씨가 되어 곧 새 생명을 준비할 것일세” 금방 헤어져야 할 것에 슬픔이 밀려왔지만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듣고 있습니다 꿈에서 깨었습니다 꿈에서 깨어보니 꿈이 아니었습니다 눈 앞을 보니 꿈에서 보았던 목련꽃들이 여전히 땅에 떨어져 있습니다 떨어져 있으나 그들은 여전히 순백색입니다 소매를 들어 얼굴에 갖다대니 목련향이 진동합니다 저쪽을 보니 벌겋게 바랜 목련 하나가 보입니다 그는 다른 목련들과 혼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저는 물어봅니다 “나는 사라진 목련 한 송이일세. 같은 나무에 있었던.. 내가 나무를 흔들어 모든 꽃을 떨어뜨렸다네 나는 이제 씨앗이 될 수 없네” 나는 다른 목련들과 나눈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주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살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피가 있었다 그들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사랑이 있었다 그들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그들에게도 추억이 있었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다 외울 수 없지만 그들에게는 이름도 있었다 그들에게도 땀이 있었다 그들에게도 꿈이 있었다 가만히 듣던 그는 나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왜 슬픈표정을 하고 있습니까?” 나는 대답합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할 수 없음에 (슬픕니다) 그의 기세당당했던 눈에 슬픔이 묻었습니다 “ ………. ” 저기 목련들 사이로, 한 무리의 나비가 날아올랐습니다.[2007042001245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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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2007
“너무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괜찮다네,
당신에게 더 이상 꿈이 남아 있지 않음에 (슬픕니다 )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음에 슬픕니다”
우리의 침묵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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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 2007/04/20 08:52
- Category:
- Photo Prose & Verse
- Tag:
- Coincidence, VT, 조문, 희생, 미국>뉴욕>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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