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비밀스러움, 대화에의 기쁨: 我他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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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e Great Day', New York 2007 (시계반대방향으로 왼손의 나, 아타김 선생님, 아여라, 스탶인 현희, 그리고 미래)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때로는 말을 꺼내어, 때로는 無言으로, 때로는 눈빛으로,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른 아침 파크 애비뉴에서, 오후에 Pier 92 부둣가에서,
앤디워홀의 망령이 잠들어있는 Serendipity의 '악마의 눈물' 아이스크림을 앞에 두고,
한밤에는 최초 그와 만났던 유니언스퀘어 W Hotel의 UnderBar에서 우리는 대화를 나누었다.

기억나는 대로 순서없이 몇 가지를 적어본다.  


                      Atta: 내가 죽으면 하나의 흔적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Noa: 선생님, 저는 火葬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Atta: 왜, 뜨거울 것 같나?
                      Noa: 네.


                      Atta: 너, 왜 아버지에게 연락안하나?
                      Noa: ...
                      Atta: 자식은 어디에, 어떻게 되어 있어도 자식이다.  
                      Noa: ...
                      Atta: 그냥 해라. 아무 생각하지말고 그냥 하면 된다.
                      Noa: ...


                      Atta: 그동안 뭐하고 지냈나?
                      Noa: (하고 있는 공부에 대해 설명한 후) 아무도 만나지 않고 동면중이었습니다.
                      Atta: 그래, 잘 하고 있다. 잠을 잘 때에는 깊은 잠을 자야한다.  


                      Atta: (전화상으로) 아무래도 니가 와야 할 것 같다.
                      Noa: 네, 선생님.


                      Noa: 맞춤법도 공부할 겸 김훈씨의 '칼의 노래'를 읽고 있습니다.
                      Atta: 너는 김훈 소설 읽지 마라...


                      Atta: (전화상으로) 어디있나. 부근에 있으면 와서 밥먹어라.
                      Noa: 네, 선생님.


                      Serendipity에서 모두 아이스크림을 시켰고 너무 달아 중간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Noa: 그래서 이렇게 쓴 에스프레소를 함께 먹으면 제 격입니다
                      Atta: (웃으시며) 그건 왜 니만 시켰나? 나도 하나 달라 해라.
                     (그러고보니 각자 주문할 때 나만 에스프레소를 시켰던 것이다.
                      그 후 선생님은 아이스크림 한스푼에 에스프레소 한모금씩 드셨다.)


                      Atta: (어둠속 쇼윈도우 의자들 옆으로 걸으며) 저 의자들 봐라. 한밤중에 자기들끼리 이야기하지 않겠나.
                      Noa: (그의 눈을 쳐다보며) ...


                      Noa: 이제 가시면 언제 다시 오시나요?  
                      Atta: 나는 가도 여기 있는거다. 그렇지 않나?
                     (나는 時空에 대해 예전 그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Noa: 선생님, 제가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 간장뚜껑으로 냄비를 닫으려하고, 어느 때에는 지하철 개찰구에 집열쇠를 꽂으려 합니다.
                      Atta: 나는 예전에 무심코 차 뒷좌석에 타서 운전대를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핸들이) 없더라.


                      Atta: 너가 35미리를 버리고 6x6를 가지고 작업하면 완전히 새로운 것들이 나올 것이다.
                             전자는 스케치용도이지만 이건 일단 어딘가에 고정시키고 바라보게 된다. 모든 것이 변한다.
                             (떠나기 전날 그는 나에게 롤라이플렉스를 살 수 있는 돈을 쥐어 주었다.)
       

                      Noa: "Au Revoir, 선생님"
                      Atta: "즐거운 뉴욕생활 마치고 잠시 돌아간다."




사람간의 관계가 신비로운 것은, 그것이 결국 자기실존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五感을 통해 세상을 인지하여 그것이 자신이 되듯, 대화를 통해 '그'를 아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게 된다.
금번 뉴욕에서 열렸던 Asian Contemporary Art Fair(ACAF)에는 80여명의 아시아 아티스트들이 참여하였고 전체 매출이 140억에 이른다. 그 중 1/10 인 147만불을 아타김 한 사람이 소화해 낸 셈이다. 아타김은 도리어 "그러한 숫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나에게 말했다. 맞다, 그보다는 그의 스탶들에게, 가족에게, 예술계에 더욱 중요하다. 세상은 온통 숫자에만 촉각이 서 있다. 신문에서, 여론에서, 아타김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지표가 되었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의 운명이 되었으나, 이 점은 이미 입증된 것이고 입증된 것은 다시 확인할 필요가 없다.    

나는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그와의 '대화'가 즐거웠다. 즐거웠던 이유는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배우지 않았는가. 인생은 '量적 팽창'이 아닌 '깊이'라는 사실을.
아티스트의 삶을 포기했던 그 순간, 나는 그를 만났고, 그리하여 끊어졌던 線이 이어졌다.
내가 가치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게 된다면, 나도, 당신도, 그에게 은혜를 입은 셈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와의 만남과 운명과 대화에 큰 빚을 진 것이다.  
아니,
내가 무엇이 되지 못한다 하여도 대화는 이미 그것으로 카타르시스를 맛보았다.
어찌보면 우리는 항시 너무 목표지향적이지 않은가.
대화는 그 자체로 선연히 존재한다.

깊이있는 경험은 그 깊이로 인해 이 순간에도 계속 태어나는 실존이 된다.
보아라,
나의 조그만 존재가 다른 이에게 새로운 自覺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있는 일인가.



* 중앙일보 관련 기사: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947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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