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a's camera, New York, 2008
YL Lee: 그 카메라는 당신 몸의 일부같군요.
김아타: 이 손 때문에 생긴 자국봐라, 하하하...
이정진: ..., 이거 처음에 새 걸 산 건가요?
운명을 쥐고 가는 자들과 놓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후자의 사람이다.
나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다.
힘있는 것이 나온다면 그건 나의 것이 아니다.
카메라는 기계가 아니다.
저 조그만 통 안으로 빛이 들어와 그 안에서 모든 이야기가 담겨졌다는 사실에 가끔 깜짝 놀라곤 한다.
그러한 경험을 고이 간직하였고 담은 장소라면 적어도 나보다는 그 깊이가 더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우연'이란 누군가의 '설계'일 수 있다.
나도 그렇게 카메라와 만났다.
카메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전혀 낯선 외국거리의 쇼윈도우에 앉아 있는
하나의 카메라를 보고 생전 처음으로 카메라 shop을 들어갔다.
돌이켜 생각하여도 참으로 미스테리하다.
흔히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에게 맞는 카메라에 대해 알게 된다.
많은 프로들이 블랙 라이카를 선호하지만 내 시선을 끌었던 것은 은색의 크롬 부분이었다.
검정 위에 놓여있는 은색, 빨간 로고의 카메라를 잡는 순간, 어쩌면 나는 많은 시간을 한 번에 뛰어 넘은 셈이다.
'카메라가 나를 선택한 것이다.'
순간이란 영원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걸 아직 모르겠다면 당신은 먼저 운명을 손에서 놓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영원이란 순간이 이어져야 완성되는 것이라면 그것도 순간이다.
그 시간 이후 나는 지나간 순간들이 얼마나 귀중하였는지 알았다.
그리하여 현재의 순간이 더욱 귀중하였다.
순간을 사는 자들에게 미래란 없다.
믿음만 있을 뿐이다.
2004년 5월, 본격적으로 사진을 하며 파리의 좁다란 골목을 끝도 없이 걸었다.
눈 앞에 보이는 새로운 광경에 무의식적으로 카메라를 눈에 대고 셔터를 눌렀다.
재미있는 것은 셔터링 shuttering 이었는데, 경험이 없고 어디서 배운 적도 없는 나는
중지, 즉 가운데 손가락으로 누르게 되는 것이었다.
손으로 감싸 움켜잡고는 그 위에 놓여지게 된 손가락으로 누른 것이다.
중지로 누른 사진들...처음 2년간은 꼬박 그러했나 보다.
다음해 7월 친구의 초청을 받아 아시아로 갔다.
그녀는 나에게 '신뢰'란 것에 대하여 가르쳐 준 사람이다.
자신의 카메라를 구입하여 길들여 주기를 원하였다.
아마 제대로 된 디지털 카메라는 그 때 처음 만져보았을 것이다.
캐논 1Ds-Mark II.
그녀는 나에게 어떻게 카메라를 잡아야 하는지, 셔터를 눌러야 하는지 물어본다.
"너 마음대로 잡으면 돼"
시간이 흘러 헤어지기 전 그녀가 이 말을 상기하며 고백하였다.
이 말 한 마디에 자유의 이치를 느꼈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그녀의 눈에 물이 고여 있었다.
배운다는 것은 버리는 것에 가깝다.
이치를 깨닫는 것은 더욱 그렇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의 울먹이던 눈을 사랑한다.
그것이 자신의 가장 깊은 샘이라는 것을 과연 알고 있을까.
'瑜林, 언젠가 다시 만나 우리의 눈물을 확인하자.'
Trackback 0 :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