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그 원통형 시간추 안에서
나의 사랑하는 친구여,
참으로 오랜만에 나는 다시 파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나의 모습을 봅니다.
여러가지가 맞물려 함께 휘돌아가는 시간의 중심에 나는 서있습니다.
일반적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구 체적인 결정의 시간은 다가오기에
나는 기꺼이 그 시간의 물결속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 서 있습니다.
파리에서 2주의 시간이란 뜨거운 햇볕아래 아이스크림이 녹는 것처럼이나 빠릅니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눈 안에 담아두어야 할 모습으로 차곡히 쌓아갔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며칠동안 나는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걸었습니다.
함께 여행을 떠나 온 옥타비오 빠스Octavio Paz 는
'시간은, 역사는 직선이 아니라 유선형이다'이라는 말을 나에게 끊임없이 합니다.
헤밍웨이의 Cardinal Lemoine을 걸어 밤을 지냈으며,
Steidl의 세미나에 참석하고, 갤러리를 다니며 조그만 나의 까페저널을 끄적거리기도 했습니다.
금번 파리방문의 큰 이유는 쌓여있던 나의 짐정리입니다.(사실 아직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얼마나 많은 프린트들이 있던지 ! 나에게서 잠시 잊혀진 것들이 과연 없어진 것은 아닌 것을,
우리는 과연 유선형을 넘어선 원통형 시간추 속에 살고 있음을, 밤새도록 보는 프린트속에서 다시 발견합니다.
바로 그 때와 마찬가지로 - 새벽 내내 사진과 보내며 고심하던 시간들 -
나는 혼자 웃고 이야기하며 때로는 눈물도 흘립니다.
감격할 것은 이 시간이 만들어 낸 깊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중 빛 바랜 사진 한 장을 당신께 올립니다.
그래도 이 곳에 있던 것 중 무언가는 선물로 드리고 싶기때문입니다.
하루 5잔씩 마시던 에스프레소도,
Boulangerie의 Chocolate Eclair도,
녹엽이 녹아있는 세느 Seine도 이제는 곧 작별을 고할 시간입니다.
이런, 떠날 때가 되니 'All Good People - when they die - come to Paris'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컨셉'이 예술로 되어버린 뉴욕에 비해, 과연 파리는 詩, 그 자체입니다.
오늘 나는 그 詩속에 있던 나의 모습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흐뭇해합니다.
Merci Bien, Paris,
Merci Bien, Seine,
Merci Bien, Mon Ami.
2006년 10월21일 새벽, 파리의 마이스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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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 2007/09/16 10:38
- Category:
- Fragments on Arts/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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