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레일에서 본 쿠알라룸푸르, 시드니 그리고 멜번








Kuala Lumpur 2005


'모노레일을 타본 지가 언제던가?'


아마도 유학하던 시절 호주의 시드니에서 처음 타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림같은 달링하버를 지나가던 그 모노레일, 그리고는 18년이 지나서야 난 다시 모노레일을 만납니다.
이번에는 전혀 뜻 밖의 곳입니다. 쿠알라룸푸르.

이 곳은 어린 눈에도 반짝반짝 빛나던 시드니 항구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살인적인 더위에도 머리를 하얀천으로 가린 모슬람여인들, 중국인들, 새까만 천으로 눈만 드러내고 장갑까지 끼고 있는 아랍여인들, 모든 것이 머리를 답답하게 만듭니다. 나 고개를 돌립니다, 그리고 창 밖을 봅니다. '그래, 차라리 돌과 철근으로 지어진 도시를 보자' 아무 생각도 없이 난 창밖을 찍고 그들은 나를 쳐다 보고 있습니다.

다시 호주가 생각납니다.

여름방학 멜번 친구의 집에 머무르다 오던 비가 오던 일요일 밤, 비행기표마저 사지 못해 기차역으로 갔습니다. 나의 친구 리차드는 나를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시켰고 난 금방 혼자가 되었습니다. 휑한 플랫폼, 난 연기를 뿜고 있는 기차에 올라타고는 얼마전 산 워크맨과 판매원이 실수로 끼워 준 Steely Dan 의 Aja앨범을 듣습니다. 일주일 내내 들어서인지 이제 그들의 음악은 귀에 상당히 익었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Black Cow가 귓속에서 흐릅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학생이 가족들과 플랫폼에 나와있습니다. 할아버지까지 나온 그 집안은 참 화목해보이더군요. 그들은 번갈아 이 친구를 안아줍니다. 그가 기차에 올라있을 때에도 그들은 계속 쳐다보며 손을 흔듭니다. 창 밖으로는 비가 계속 쏟아지고 있고 머리 속에는 Steely Dan은 이제 Josie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난 눈을 감습니다. 왠지 서글퍼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난 기꺼이 그 가족을 내다보았습니다. 마치 나의 가족인 것 처럼...

그 서글퍼하던 어린 학생은 이제 습기로 가득 찬 도시의 모노레일을 타고는 창 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 저 곳은 마치 로마의 유적 같고, 또 이 곳은 부산 바닷가에 있던 어떤 절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월이 지나도 변한 것은 많지 않습니다.
결국 전 아직도 이 곳에 혼자 떠돌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저 두 갈래 길에서 반대 방향의 빈 길로 언제까지나 혼자 걸어 갑니다.
그러다 문득 뒤돌아보았을 때,
그녀가 환하게 웃고 있기를 바라며,
다정하게 내민 손을 따스하고 잡고서,
한적한 길을 꿈꾸며 끊임없이 걷기를,

이제는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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