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회색의 도시안으로 뛰다



Paris 2006



진리는 흑(黑)이거나 백(白)이 아닐지 모른다.

아니 차라리 회색이 가깝다.

18살 때 흑으로 배운 Fact A는 23살이 되어 백으로 변했고 35살이 되어 다시 흑으로 되었다.

이런, 우리의 Fact 도표는 엉망이 아닌가?


사람이 살아가며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아닌 것들에 엑스(x)표를 해 나가는 것 외 다름 아니다.

난 지금껏 무엇에 엑스표시를 해대었는가?

그건 과연 그런 평가를 받을 만한 것이었는가?

엑스표시는 이제 그만하자.

쉴 새 없이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내 발등위에도 그려져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파리(Paris)는 - 철저한 - 회색의 도시다.

흑과 백, 선과 악의 구분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 자유는 회색에서만 존재한다'


이들은 기꺼이 일상의 흑과 백을 기쁜 마음으로 넘나 든다.

하지만 언제나 가슴속에는 흑과 백 선상 18%에 위치한 '회색'이란 기준점이 있다.

그 기준은 진정한, 때로는 박애보다 더 숭고한, 에고이즘 egoism 이다.


이 곳에는 거의 매일 한 번씩 비가 내린다.

도시가 흑으로 변할라치면 소낙빗발이 투명하게 다시 한 번 씻어준다.

너무 허애지면 태양빛이 금방 모든 것을 황금빛으로 구운다.

그렇게 이 곳은 회색이다.


비가 온 어느 날 아침, 한 사내가 뛴다.

천년의 보도위로, 계단위로, 이전의 많은 파리지엥들이 사색하며 걸었던 곳위로,

나는 힘.껏. 내딛고 있다.


나는 (파리에서) 진정한 Egoiste 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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